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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책리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by jjvoka 202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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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과도 같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는 일주일간의 여정이 내가 그의 세상에 들어간 것만 같았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던 건 그가 알려 주려는 초능력을 나 또한 알아가며 변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치 내가 해온 것들에 대한 확신과 좀 더 확고한 방향성을 조언 받은 것만 같았습니다.

 

 

초능력 이야기?

 

되새겨 보면 초능력 이야기 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린 그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 나에 의한 숱한 뭇매를 이기지 못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그 초능력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초능력이지요. 당연히 여러분에게도 있어요. 혹시라도 그 능력을 잃어버렸다면,

다시 찾아내도록 제가 이끌어줄 수 있습니다.

저는 영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성장하고자 오랫동안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함께 나눌 기회가 참 많았다는 점에서 저는 진정으로 복받은 사람입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깊은 의미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많은 기회가 삶을 더 순조롭게, 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바라건대 이 책이 여러분으로 하여금 삶을 더 순조롭게,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이 책에 담긴 지혜 중 몇 가지는 제 삶의 중추였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책은 어떤 기술을 가르치려 한다거나 종교적 믿음을 강구하거나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가 살아온 인생을 함께 돌아보기만 하면 될 뿐입니다.

 

 

지혜가 자라는 자, 나티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Björn Natthiko Lindeblad), 아마도 작가의 이름은 내가 기억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법명인 지혜가 자라는 자의 의미를 둔 '나티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1961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대학 졸업 후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게 되고 스물여섯 살에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지만 일에 대한 중압감을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를 포기하고 사직서를 냅니다. 이후 태국 밀림의 숲속 사원에 귀의하여 승려가 된 후 17년간 수행의 삶을 살게 됩니다.

그가 승복을 벗으려 생각할 즈음 건강 문제까지 발생하게 되며 결국 승복을 벗으며 17년간의 수행의 삶을 마무리합니다. 긴 세월 속세를 떠나 다시 돌아온 현실의 삶은 다시 그를 번뇌에 빠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가 쌓은 17년간의 수행은 헛되지 않았고 결국 명상을 가르치고 마음의 고요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강연하며 그의 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는 2018년 불치의 병으로 알려진 루게릭병을 진단받게 되고, 2022년 1월 세상을 떠납니다.

 

 

솔직한 인생 이야기

 

나름 멋있게 꾸밀 만도 했는데 진솔함을 넘어 그의 치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가 스물여섯 살이었던 당시 스웨덴 최대의 가스업체 AGA 자회사의 역대 최연소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가 될 예정이었고, AGA 사보에 특집 기사가 실릴 정도로 그의 삶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머릿속은 그 주에 처리할 업무를 생각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제 역량으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일도 있었습니다. 경영진 회의에서 마드리드 외곽의 탄산 공장 증설 안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야 했고, 스웨덴 본사에 분기 보고서도 제출해야 했지요. 아직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일요일 오후였지만, 마음속에는 다가올 업무 때문에 불안이 가득해 가만히 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사직서를 냈다고 했을 때 어떤 영적인 기운으로 승려가 되길 원했어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책에는 그가 느껴야 할 심적인 압박과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감당하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그곳에서 떠나게 만든 것입니다.

조금은 멋있게 아니면 드러내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가감 없는 진솔함에 몰입이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승려복을 벗고 2008년 스웨덴으로 돌아와 현실에 적응하려 하려 했지만 기 나긴 단절의 시간은 그를 번뇌에 휩싸이게 만듭니다.

다시는 여자 친구를 사귀지 못할 거야. 가족을 이루지도 못할 테고. 직장을 구하지 못할 텐데 집이나 차를 살 여유가 생기겠어? 아무도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하지 않겠지. 영적 성장을 위해 17년 동안 공을 들였는데, 겨우 이 모양 이 꼴이로군.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그가 속세로 돌아와 적응하지 못하며 자책에 빠져 살아가는 모습은 진솔함 그 자체였습니다. 오랜 시간의 수행을 좀 더 꾸밀 수도 있었겠지만 부끄러움은 뒤로한 채 고스란히 자신의 치부를 보여주었습다.

하지만, 그가 해왔던 오랜 시간의 수행은 결코 쓸모없지 않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그가 명상 수련을 지도하기도 하고 강연도 하며 그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은 그에 대한 신뢰와 믿음마저 샘솟기 시작했습니다.

 

내 마음과도 같은 책

우리가 압박감, 슬픔, 외로움, 불안, 초라한 기분에 시달린다면 보통 거기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집착하며 좀처럼 놓지 못하는 어떤 ‘생각’이 불행감을 초래하는 겁니다. 그런 생각은 대체로 그 자체로 보면 꽤 합리적이고 그럴싸합니다. 누군가가 뭘 ‘했어야 했다’라는 식이죠. 예컨대 ‘아빠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요’, ‘엄마는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명색이 친구들인데 그런 건 기억했어야 하는 거 아냐?’, ‘자식들이 좀 더 돌봐줬어야지’, ‘상사가 그 정도는 알았어야지’, ‘배우자가 말이나 행동을 다르게 했다면’ 하는 식이지요.

이보다 더욱 고통스러운 생각은 ‘내가 그랬어야 했다’라는 생각입니다. 예컨대 ‘내가 달라졌어야 했는데’, ‘내가 더 현명했어야 했는데’, ‘내가 더 열심히 일했어야 했는데’, ‘더 돈이 많았어야, 더 나았어야, 더 날씬했어야, 더 성숙했어야 했는데’. 이 함정에 빠지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마구 날뛸 때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먼저 조심스럽게 한 발짝 멀어집니다. 그러고는 말하는 겁니다.

‘그래, 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그래, 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절대 쉽게 나올 수 없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2021년부터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하고자 했던 나만의 수행은 위에서도 말하고 있는 집착하며 놓지 못하는 그 어떤 '생각'에서 비롯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티코는 오랜 시간 수행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게 되었지만 전 그 방법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저 버리면 어떨까 하며 책과 고통스러운 신체적 활동을 통해 그 생각들을 떨쳐 보려 했습니다. 처음 몇 개월은 육체적 고통만 따를 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은 나를 더욱 고립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새로운 생각들이 들어서고 고된 육체 활동은 몸과 마음을 정화 시켜주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나만의 장소를 찾아 조용한 시간을 가지곤 합니다. 나티코와 같은 깊은 수련을 하지 못해 그가 마지막으로 말하는 용서의 단계까지는 발도 내밀어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하는 한 발짝 물러서서 흥분한 상대를 가라앉히는 듯한 나를 위한 한마디는 흔들렸던 나를 다시금 바로잡아주었습니다.


감사를 되새 긴다

숱한 세월 동안 한결같이 최선을 다해줘서 정말 고맙다.
​넌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참으로 네가 안쓰럽단다.
넌 뭐 하나 거저 얻지 못하면서도 날 위해 온 힘을 다하는구나. 네가 필요한 공기조차 얻지 못하는데도.
​그런 너를 도우려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하지만 충분치 않다는 걸 알아. 아니, 턱없이 모자라지.

그런데도 넌 날마다 네가 가진 걸 모두 걸고서 힘껏 싸우는구나. 넌 내 영웅이야.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나티코는 오랜 세월 자신과 함께해 준 몸에 고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글을 남겼습니다. 책 첫머리에 그가 루게릭으로 세상을 떠났음을 알았기에 분명 책을 읽으며 슬픔이 몰려오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잠시 방심하던 찰라 그가 자신의 몸에 대한 감사의 글은 잊고 지낸 내 육신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고마움을 되새길 수 있게 하였고 결국 저 대목에서 목놓아 울며 내 몸과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 보았습니다.

 

 

죽음 뒤에 사라질 그 모든 것

 

 

죽음 뒤에 사라질 그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적어도 살짝만 쥐고 살아가세요. 영원히 남을 것은 우리의 업이지요. 세상을 살아가기에도, 떠나기에도 좋은 업보만을 남기길 바랍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간단하지만 어려운 것이 내려놓지 못하고 언제나 우린 모든걸 움켜잡고 살려 하고 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죽음의 순간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걸 다 이해한 것 같은 해탈한 모습마저 느끼게 해줍니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저도 압니다. 조금만 신경 쓰여도 오만가지로 커져가는 생각의 굴레에 스스로 빠지는 나를 보며 그가 말한 대로 살짝만 쥐어보기도 합니다.

맹목적인 가르침이 아닌 긴 여정 속에 그가 좌절하고 깨달음의 반복된 인생 이야기는 그 어떤 인문서나 철학서 이상의 깊은 가르침을 제게 심어 주었습니다.

마치 일주일간 태국의 밀림 숲에 템플스테이라도 가 그에게 명상 수업이라도 받고 온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느끼고 행해 온 것들에 대한 확신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과 조언을 받을 수 있었던 책이었기에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잔 자야사 스님의 알려주시는 마법의 주문을 저도 외쳐 봅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문장

 

‘세상이 이렇게 했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저를 작고 어리석고 외롭게 만듭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중에서,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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