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참 괜찮은 태도 - 박지현
좀 일찍 책을 접했으면 참 좋았겠단 생각이 들었다.
15년이란 긴 시간 프리랜서로서 KBS '다큐멘터리 3일'을 촬영하며 그녀가 겪은 수많은 일들은 아마도 책 한 권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만으로도 내 시선을 빼앗았고 프롤로그에 온정성을 다 한 것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책은 작가가 '다큐멘터리 3일'을 촬영하며 인터뷰한 내용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소개한다.
15년이란 긴 시간, 극히 일부일 수도 있겠지만 책은 초반부터 쉴 새 없이 눈물샘을 자극한다.
소개된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필요한 지혜를 그녀가 촬영하며 얻는 과정들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에 소개된 내용 중 일부분이다.
그러나 고물을 주우러 다니는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고물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은 어느 식당에 갔는데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더라고 했다. 노숙자인 줄 알고 그랬던 것 같다며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쓰레기를 만지는 자신을 보고 사람들이 쳐다보고 수군거려도 부지런히 일해서 그걸로 먹고살기에 떳떳하다고 했다.
"참 괜찮은 태도" 중
얼마 전 직장 상사와 함께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폐지를 줍던 노인을 보고 어떤 의미에선지 저거 팔아서 돈이 되냐는 소리를 내게 하는 말이 떠올랐다. 당시 씁쓸한 미소를 띠고 말았기에 위에 소개된 것처럼 곱지 않은 시선인 것은 분명하다.
수백억을 버는 잘나가는 사업가라도 잠시 뒤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난 고물상 사장의 말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옛날에는 돈을 어느 정도 챙겨 드릴 수 있어서 마음이 뿌듯했는데 가격이 너무 떨어졌어요. 그래서 먼저 미안합니다, 하고 돈을 드려요.”
그래 삶은 저렇게 삶아야 되는 거야.
할머니가 500원짜리 동전을 땅에 떨어트린 사연이 나올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전체적으로 뭉클한 내용들이 눈물샘을 상당히 자극했고 요 며칠 심란한 마음속 누군가 도닥여 주는 느낌도 들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역시 작가가 상당한 독서가였다는 게 느껴지는데.
내용에 인용된 문구와 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며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굳이 지면도 부족할 텐데 다른 사람들의 시나 문장을 인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란 생각이 지금도 든다. 다만,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한두 권은 생겼으니 나름의 수확이다.
이 책을 작년에만 읽었어도 더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을 것 같았다.
그동안 수많은 책을 접하며 작가가 생각하는 비슷한 감정을 나 또한 느끼고 변화하려 노력한다.
또 한 권의 인생 책이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약간은 과한 듯한 인용 문구들이 아쉬움이 남아 종이책까진 가지 않아 나로서도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그래도, 힘든 나날을 겪고 있고 책이 해결해 줄 순 없지만 함께 실컷 울며 방향을 잡아 줄 수 있는 조언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난 이 책을 추천한다.
누군가 나에게 최선을 다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오늘만큼은 ‘네. 최선을 다했어요’라고 간결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참 괜찮은 태도" 중
내가 그렇다.
[책 속의 내용]
어쩌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은 바로 나일 수 있다. 그렇게 나 자신을 몰아세우며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과 상처가 곪아 터져 나오는 게 바로 울컥하며 쏟아지는 눈물이 아닐까.
내 안의 어린아이가 울고 있다면 달래 줘야 한다.
참 괜찮은 태도 중에서, p.55
나는 그때 깨달았다. 잡고 올라가던 사다리가 무너지면 다른 사다리를 찾으면 된다는 것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걸 잊지 않고 묵묵히 다리의 힘을 기르면 사다리는 나의 의지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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