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및 작품 활동
나쓰메 소세키 (1867~1916)는 소설가이자 평론가, 영문학자로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 작가로 일본에서 '국민 작가'로 불리며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본명은 나쓰메 긴스케로 일본 도쿄에서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청년 시절에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의 불화가 이어졌는데 그때의 경험은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에 등장하기도 한다.
1893년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1900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영국 유학 중 신경 쇠약에 빠지게 되고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다. 귀국 후 도쿄대학에서 강사로 일했지만 정신 질환을 앓게 된다. 그는 치유의 방편으로 1905년 다카하마 교사의 권유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집필했다.
그의 작품들은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가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대표작으로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물 베개, 『산시로』, 『마음』, 『노방초』, 『명암』 등이 있다.
작품 배경
『마음』은 1914년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적 장편 소설로, 일본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소세키는 직접 표지와 광고 도안까지 기획할 정도로 작품에 정성을 쏟았다.
소세키와 이와나미 시게오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당시 시게오는 무명의 중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마음』을 읽고 감동받은 그는 소세키를 찾아가 자신이 『마음』을 출판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다. 당시 소세키는 유명 작가였고, 이미 많은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시게오의 진솔한 마음에 감동한 소세키는 그의 간곡한 청에 출판을 승낙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게오에게 출반 비용가지 투자한다.
『마음』의 출판을 계기로 이와나미 서점은 출판사로 새로운 길을 걷게 되고, 소세키가 사망한 이후, 1918년 1월 최초의 『소세키전집』을 간행하였다. 이 전집이 큰 인기를 얻으며 이와나미 서점은 대형 출판사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다.
소세키의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 요약
어릴 적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그의 숙부가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그러나 믿고 의지한 숙부에 유산을 빼앗기며 '선생님'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게 된다. 늘 아버지는 숙부를 칭찬했었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던 '선생님'은 온갖 술수를 부려 자신을 속인 숙부에 대한 분노가 커져 다른 사람들도 자신을 속일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던 그는 인간관계마저 폐쇄적으로 변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그의 친구인 K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달라 그를 자신의 하숙집으로 데려온다. 하숙집 딸을 좋아하고 있었던 '선생님'은 우연히 하숙집 딸과 K와 단둘이 있는 장면을 보게 되며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되고 질투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
'선생님'은 K에 대한 질투심과 미움이 가득 해지며 결국 K 몰래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혼인 허락을 받는다. 이에 K는 큰 상처를 받게 되고 결국 그의 방에서 자살을 하게 된다.
'선생님'은 결국 하숙집 딸과 결혼하였지만 평생 K에 대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된다. 결국 신문에서 노기대장이 죽기 전에 쓴 편지를 읽고 마침내 그도 자결하기로 결심하며 유일하게 진실하다고 믿는 그에게 장문의 유서를 보낸다.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책, 마음
시선은 1인칭 시점인 '나'로 전개가 된다. 학생 시절 여름방학 해수욕장에서 서양인과 함께 있던 '선생님'을 처음 본 순간 어디선가 보 것만 같았고 며칠간 '선생님'을 보게 되며 그에게 말을 걸게 된다. 이때부터 '선생님'의 회고록이 전달되기 전까지는 큰 사건 없는 일상적 진행이기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짧게 장면 전환되는 이야기 흐름은 몰입감을 유지시켜 준다.
학창 시절부터 만나게 되고 대학을 졸업하며 취업을 준비할 때까지 '선생님'과의 인연이 이어지며 가족 이상의 정을 쌓았기에 '나'와 '선생님'은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취업이 쉽지 않아 부모님의 성화에 마지못해 '선생님'께도 편지를 보내는 현실이 100년 전 소설이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당시의 젊은 이들의 고뇌하는 주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선생님'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K에 대한 속죄의 의미일 것이지만 그의 아내에게 조차 말 못 했던 사연을 '나'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그의 마음을 알아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쓰메 소세키가 1914년 9월 26일 자 <시사신보>에 실은 『마음』의 광고문의 내용을 보면 그 마음이 느껴진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이 책을 권합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문장
나는 몇 천만 명이나 되는 일본인 중에서 오직 자네에게만 내 과거를 말하고 싶은 거야. 자네는 진실한 사람이니까, 자네는 진실하게 인생 그 자체에서 살아 있는 교훈을 얻고 싶다고 했으니까.
79. '마음' 중에서
자네는 자주 뭔가 부족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지. 그러다가 결국은 내 과거를 두루마리를 펼쳐 보이듯 보여 달라고 졸라 댔네. 나는 그제야 비로소 자네를 인정하게 되었네. 자네는 서슴지 않고 내 안에 살아 있는 무언가를 붙잡으려는 의지를 보여 주었기 때문이야. 내 심장을 가르고 따뜻하게 흐르는 피를 마시려고 했기 때문이지. 그때 나는 아직 살아 있었네. 죽는 게 싫었어. 그래서 훗날을 기약하며 자네의 요구를 물리쳤어. 나는 지금 스스로 나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그 피를 자네 얼굴에 쏟아부으려고 하네. 내 심장의 고동이 멈추었을 때 자네 가슴에 새로운 생명이 싹틀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네.
80.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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