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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by jjvoka 2023.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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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 저자 : 정한아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간일 : 2017년 10월

『친밀한 이방인』은 여류작가를 통해 온통 거짓으로 꾸며진 한 여인의 삶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늘 거짓말쟁이와 사기꾼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들이 꾸는 헛된 꿈, 허무맹랑한 욕망이 내 것처럼 달콤하고 쓰렸다. 나는 그들을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로 그들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그런 착각, 혹은 긴극 속에서 이야기를 쓰게된다. 그리고 마지막에야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친밀한 이방인, 작가의 말 중에서


간략 줄거리

 

작가가 우연히 한 신문에 자신의 데뷔전 비공식 작품이 광고처럼 연재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에 신문사에 항의하게 되고 그 광고를 게재한 사람과 만남을 가지게 된다.

작가와 만나게 된 여성은 자신의 남편이 책을 썼고 책과 일기를 남겨 놓고 육 개월 전에 사라졌다고 한다.

아울러 여자는 남편의 본명이 이유상이 아닌 이유미라는 여자이며 평생 가면을 쓰고 살았다고 그녀에게 토로한다.

이후 작가는 이유미에 대해 반복된 거짓과 위증이 무엇에 기인하는지 궁금증이 커지게 되고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이유미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전하며 그녀가 쓴 일기장을 요청한다.

작가는 그녀의 일기에 거론 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도 하며토 그녀의 삶을 쫓는다.

소설의 두 여자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하나는 작가의 삶과 다른 하나는 이유미의 삶이다. 작가 또한 평탄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다. 본인이 저지른 불륜으로 인해 이혼 직전에 처해 있었고, 부모 또한 황혼 이혼 중이에 하나 있는 딸아이의 양육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되어 변변치 않은 실력으로 변역일을 무리하게 맡아하고 있었고 두 여자의 삶이 번갈아 가며 보이는 독특한 구성으로 진행된다.

이유미는 노부부의 늦둥이 외동딸로 태어나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라났다. 아버지는 양복점을 운영하며 그녀가 해달라는 것은 다 들어주었다. 그녀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 서울로 상경하여 하숙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수능을 치른 후 지원한 S여자 대학에 떨어지게 된다.

이때부터 그녀의 삶은 거짓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입학하지도 않은 S여자 대학 의상디자인 학과생 노릇을 시작하며 헤픈 씀씀이 속에 그녀의 변질된 삶이 시작된 것이다.

결혼을 준비 중이던 한 남자의 집안에서 그녀의 학력과 집안 배경 모두가 거짓임을 알게 되고 남자 또한 그녀를 가차 없이 등돌며 그녀는 그 하숙집을 떠나게 된다.

이후 그녀는 신분이 위조된 온통 거짓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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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의 삶

밀리의 서재

이유미가 신분을 위조하고 피아노 강사, 대학 교수, 요양원 의사등의 직업을 갖게 되는 과정은 마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한 집념과 집착으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 함께 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갔고 그와 중에 학생 다수를 콩쿠루 대회 입상을 시킬 정도로 그녀의 헌신은 존경심마저 든다. 하지만 그녀의 어릴 적 가정환경이 만들어준 경제 개념의 상실 속 현실 도피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쌓여가게된다. 직업이 바뀔 때마다 만난 남자들과의 관계는 얼마 가지 못해 결국 거짓 삶에 의해 뒤틀리며 다시금 도망자 신세가 되는 그녀를 보며 연민의 정도 느껴진다.

책은 주인공인 작가가 이유미의 일기를 바탕으로 일기 내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추론하며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또 하나 작가의 어두운 삶 또한 함께 전개되고 있다.

책에서 주목할 점은 두 여자의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둘 다 온전치 못한 삶이다.

이유미의 삶을 돌아보면 입시 예고를 가기 위해 아버지에게 그랜드피아노를 사달라지만 기울어져 가는 가세 속에 결국 피아노의 꿈은 접게 된다.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던 그녀로선 자신만의 만족을 위해 거짓된 삶을 추구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삶 또한 열두 살 무렵 시작한 수음이 성교를 통한 성적 쾌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결혼 생활 또한 만족하지 못하며 결국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쾌락의 욕심에 빠저 이혼이라는 파국을 맞은 그녀의 가정을 보면 이유미와 같은 그릇된 삶 속, 둘의 연계성 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책은 무거운 이야기로 진행되지만 이유미의 카멜레온 같은 캐릭터 변화는 상당한 몰입감과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아울러 이유미의 행적들을 파헤쳐가는 과정과 마지막 의외의 반전이 마치 추리소설 같은 느낌도 들기도 했다.

학창 시절 내 주변에도 이유미와 같은 친구가 있었다. 삶 자체가 거짓이었고 그것이 드러났을 때 그 녀석과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결국 머지않아 녀석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책을 보며 그때 기억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보듬어 줬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모처럼 독특한 소재와 묵직 내용이지만 거슬리지 않는 진행 속에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책 속의 인상 깊은 문장

 

그곳은 모든 게 희박해요. 공기도, 빛도, 소리도 형체를 가지지 못하고 뿌옇게 무리 지어 머물다 사라져버리죠. 그 속에서 나라는 존재도 점성이랄까 강도랄까, 그런 것들이 약해져서 풀어지고 주변으로 흡수되어버리는 거예요.
'친밀한 이방인' 중에서, P.186
나는 거짓말을 하는 기분을 알고 있다. 스스로를 진실에서 배제시키고, 거짓말쟁이라고 낙인찍고, 어둡고 습한 자기혐오의 늪에 가둘 때 느껴지는 작은 쾌감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친밀한 이방인' 중에서,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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