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 이슬아 장편소설
글, 사진 ⓒ보카
전날 피곤한 산행으로 인해 뜬눈으로 날밤을 새고 복귀 후 오전 11시쯤 낮잠을 청한다.
눈 붙인 지 얼마 되지 않아 오후 3시쯤 눈을 뜬다.
자고 일어나 교보문고 앱을 실행하는 나는 참 이상한 놈이다.
그런데! 눈에 딱 띄는 커버가 보인다.
이건 뭐지?!
OO 보살집 연상시키는 커버가 묘한 느낌과 함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책을 보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돼!'라는 강력한 끌림이 느껴진다.
이슬아 작가의 작품을 작년에 구입하려 몇 번 시도는 했었다.
그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라는 서평집을 구매하려 작가의 약력과 여러 인터뷰를 찾아보았었다.
덕분에 이슬아 작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지만 결정적으로 책을 구입하진 않았고 먼 나라 작가로 잊혀 저 갈 무렵 다시 만나게 된다.
책과 같은 내용으로 표현하자면.
좆나게 피곤한데 병점에서 평촌까지 전철 타고 책 사러 갔다 왔다. 심지어 비도 오는데...
책 상태만 확인하고 주저 없이 들고 왔다.
다음날 오락가락하며 비가 내리지만 과감히 등산하며 책을 생각으로 '가녀장의 시대'를 챙겨 나온다.
비가 멈추지 않으면 인근 산 정자에서 책이라도 읽을 양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는데 마침 비가 멈춘다.
덕분에 그날 하나 깨우친 게 있었다.
걸으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책에 영적인 기운이 담겨 있는지 출장 때와 평일 출퇴근 시 읽으려 책을 챙기려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
책을 완독 한 건 단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두 번의 가출 덕에 보름이란 긴 시간이 흘렀다.
가녀장의 시대,
책은 마치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소설로 느껴졌다.
작가의 약력을 작년에 찾아볼 때 누드모델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책은 왠지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심지어 주인공의 이름마저 '이슬아'.
이야기는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이슬아 작가가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게 되고 모부가 직원으로 일하며 작가가 부모님을 먹여 살리는 가녀장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돌변한 '낮참출판사'에서의 이야기는 한마디로 골 때리는 시추에이션의 연속이다.
왠지 예의라곤 1도 찾아볼 수 없는 거침없는 행동은 자본주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그 삶 속에 그들은 자연스레 녹아들어 간다.
책은 심각한 내용을 다룬다기보다는 마치 시트콤과 같은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거기에 상당히 웃기는 상황과 대화가 곳곳에 숨겨져 '빵'터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때 회색 승려복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모녀를 맞이한다. 나이 지긋하신 비구니 스님이다.
스님 앞에서 복희는 어색하게 손을 모아 인사한다. 그러고선 조심스레 감탄의 말을 건넨다.
"스님 정말 ...... 머리통이 너무 예쁘시네요!"
<가녀장의 시대> 중
자칫 작가의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도 들지만 소설은 소설이다.
그리고, 낮잠 출판사가 추구하는 직원 복지 제도는 참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난 이 책을 우리 두목에게 선물해 주고 싶다.
작가는 어떤 멋진 문장으로 일색 하려나 쌍도끼 눈뜨고 보았는데 초반부터 튀어나오는 허심탄회한 표현 '씨바'는 한껏 무장해제 시켜주었다.
모처럼 영적인 기운 가득 안고 아주 유쾌한 소설을 접했다.
일단 이건 읽어봐야 느껴지기에 스포는 더 이상 금지!
왠지 '지붕 뚫고 하이킥'팀이 시트콤으로 만들면 꽤나 재밌을 듯하다.
내돈내산 열혈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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