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트래킹, 체력 단련
지난 한주 평일 대구 출장으로 인해 '운동'의 '운'자도 맛보질 못했다.
심지어 출장 내 내 저녁엔 직원들과의 연이은 회식은 심신마저 피폐해짐이 느껴진다.
토요일,
지난번 백패킹을 하려 다녀왔었던 태행산 코스를 시작으로 건달산까지 이동하는 동선을 구상하고 백패킹이 아닌 트래킹 계획을 세운다.
이번엔 왕복이 아니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데 동네에서 태행산 인근까지 마을버스가 한대 있지만 한 시간에 한 대꼴로 매우 긴 배차 간격을 볼 수 있었다.
9시 40분경 한걸음 차이로 50번 버스를 놓친다. 다음 버스 시간이 10시 40분이었고, 1시간을 더 기다려 준다.
인내심의 한계가 밀려올 즘 버스가 도착하고 승차하는데 교통카드가 찍히질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하다 안되겠다 싶어 바로 하차하고 카드를 살펴보는데.
부러진 카드가 눈에 들어온다. 편의점 결제는 잘 되었는데 왜 하필!
상심 속에 산행은 포기하고 비밀의 화원으로 간다.
참고로 저곳은 지금 송충이들의 낙원이 되어 피크닉이나 캠핑은 포기하는 게 좋을 듯싶다. (괜하게 포스팅해서 그런지 오토캠핑하러 오는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송충이 튀김 생각나면 뭐..
일요일,
카카오 대란이 일어나며 교통정보를 이용할 수 없게 되니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후 대안을 찾았다)
안되겠다 싶어 올 초 극강의 한파 속에 다녀온 광교산으로 행선지를 급 선회한다.
왠지 모를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지금 안 가면 다시는 못 갈 것 같은 불굴의 의지가 샘솟으며 새벽같이 집을 나선다.
하광교 버스 정류장 종점에 도착하니 감회가 새롭다.
수원에 거주할 때만 해도 '빨래판 코스'를 정복하기 위해 무던히도 찾았던 곳.
산행 코스는 그 옛날 추억의 코스인 빨래판 코스로 올라 광교산 정상을 밟고 하광교 정류장으로 내려오는 계획을 세운다.
십수 년 전 기억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옛날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구간 시작 지점에 통행제한 현수막이 보여 보수 공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폭우로 이리 된 건지 일부러 도로를 파헤친 건지는 몰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중간 지점에 다다랐을 때 '옛날에 여길 어떻게 올랐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구간 별 숨 고르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 극강의 경사가 이어지고 좌측으로 꺾어지는 깔딱 고개를 보면서 '그래, 여기가 고비였어!'라고 혼잣말을 내뱉는다.
깔딱 고개를 넘어도 은근히 이어지는 언덕 구간이 있기에 예전에도 기진맥진했던 기억이 있었다.
처음엔 쉬어가며 끌고 가며 40분 정도 소요되었던 코스가 훈련을 통해 15분 내외로 단축될 수 있었다. 이후 어지간한 업힐 코스는 무정차로 오를 수 있는 자신감마저 얻었던 곳, 그래 빨래판이다.
잠시 그때의 향수에 빠진다.
그렇게 헬기장 쪽에서 광교산 정상으로 이동한다.
지난번 백패킹 시 오르막은 둘째치더라도 내리막에서 등산 스틱이 있으면 꽤 도움 되겠단 생각이 절실했었다. 그러던 중 등산 스틱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게 되며 적당한 가격대의 스틱을 주문한다.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 때 스틱을 사용하면서 상당히 도움 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엔 처음 가본다.
늘 헬기장에서 백운산으로 빠져 백운 호수 코스를 이용했었고, 지난 산행도 형제봉에서 토끼재로 내려와 하산했었기에 광교산 정상은 처음 가본다.
야영 금지,
솔직히 여기까지 20kg에 육박하는 장비 메고와 야영하고 싶진 않았다.
차라리 음료나 막걸리라도 팔 의양으로 아이스박스를 메고 오면 메고 왔지.
토끼재를 통해 하광교 종점으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섰는지 형제봉까지 가게 되었다.
형제봉으로 가기 전 데크로 꾸며진 휴식처가 보이며 은근히 야영하라고 유혹하는데, 이곳엔 현수막이 없었지만 솔직히 말해 광교산에선 야영하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다시 밀려온다. (사람들 바글 거리는...)
긴 산행,
잠시 데크에서 휴식하고 서둘러 하산길을 나서는데, 이쯤 되니 그냥 반딧불이 화장실까지 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뭐 내리막인데 ..'라고 생각하지만 은근히 오르막과 내리막의 환상 조합은 쏟아지는 땀을 막을 길이 없었다.
2시간 내외로 산행을 마칠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쉬는 시간 포함 총 4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음의 정화,
반딧불이 화장실에서 반 샤워를 하고 인근 벤치에서 오늘 산행을 돌아본다.
올 초 엄청난 한파 속에 광교산을 찾았을 때는 번아웃 초기 증상 때문에 평일 과감히 연차를 쓰고 갔었다. 산을 오르는 고통보다는 추위와의 싸움이 꽤나 큰 고통이었는데 당시 주말이면 20~30km씩 걷고 있었기에 체력적인 한계는 느낄 수 없었다. 그때의 수행과도 같았던 산행은 혼란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이번 광교산을 찾은 목적은 조만간 가야 될 그곳을 위해 체력 단련 차 가게 되었다. 올 초나 지금이나 달라진건 없지만 책과 운동을 통해 극복해 왔기에 당시와는 사뭇 다른 산행이었던 것 같다.
일요일만 되면 다가올 한주 걱정에 심란한 마음 가득하지만 산행을 마치고 나니 근심 걱정은 사라지고 평온함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
대략 5~6kg의 배낭을 짊어지고 다녀왔기에 지금 나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가야 할 그곳은 18kg을 훌쩍 넘는 꽤 무거운 백팩을 메고 1시간 30분 정도를 올라야 하는 험난한 고행의 길을 걸어야 하기에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행히 이번 트래킹에서 내 한계를 알 수 있었고 나름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삶이 항상 평온하면 좋겠지만 늘 온전치만은 않기에 나를 시험해 보고 도전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역시 광교산은 수원과 용인 등의 도심지에 있어 그런지 내가 하산할 즈음엔 수많은 등산객이 제각각의 모습으로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들 저마다 산을 찾는 이유와 목적이 다르겠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산에 오면 마음이 정화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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