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오디오북 | 상실의 시간들 - 최지월 지음 / 김연우, 이상운 낭독
이별을 맞이해야 하는 슬픔 뒤 내정한 현실
2009년 5월 25일, 63세 젊은 나이에 큰 지병없이 급작스레 돌아가신 모친이 떠올랐다. 그리고, 홀로 남은 아버지는 아직도 정정하게 잘계신다.
상실의 시간들을 들으며 그때가 떠올랐다. 아니 그때와 너무도 비슷한 상황들 이랄까. 십수년이 지나 기억이 가물해질 무렵 책은 당시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되새겨 준다.
"방금 죽은 엄마를 보고 왔다. 그런데 다음 순간, 갈비탕이나 우거짓국 중에 뭐가 더 맛있을지, 바람떡과 송편 중에 어떤 게 보관이 용이하고 잘 쉬지 않을지 가격 대비 만족도로 비교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는 현실은, 현실이라기엔 지나치게 기괴했다."
그래 나도 그랬었다.
둘째의 돌잔치를 한 달여 남겨둔 상황에서 아내는 수시로 울어대는 갓난쟁이를 포대기에 둘러매고 들이닥치는 문상객 식사 대접에 여념 없었고, 나 또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례라는 것을 치르며 어머니가 잠시나마 교회에 나갔었다고 외삼촌이 모시고 온 교회분들의 찬송가 소리에 슬픔은 뒤로한 채 어찌할 바 모르고 당황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이야기는 군대를 정년 퇴임한 노 부부와 성년이 된 세 자매의 가정에서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65세란 나이에 돌아가신 후 49제가 끝난 50일부터 하루씩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 자매 중 둘째 석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돌보며 그리는 갈등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와 중고교 시절의 석희의 학창 시절 회상은 의외로 재미는 물론 깊이가 느껴진다.
2014년 작품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내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주었고, 마지막 석희가 말하는 현실도피성 아버지의 찰나 생, 아마도 내가 그 나이가 되면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나름 큰 공감대와 여운이 남는 감동으로 최지월 작가님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았으나 이 작품이 마지막인 듯싶다.
깊은 여운 속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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