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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파친코1- 이민진 지음

by jjvoka 2022.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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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접하기 전 파친코는 드라마 파친코였지만 책을 접한 후 파친코는 내 삶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다"

2권을 함께 묶어 글을 남기려 했으나 1권에서 느낀 감정과 2권에서의 감정이 또 다르기에 미흡하지만 각기 나누어 작성해본다.

파친코는 총 2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중 파친코 1권은 1910년부터 1962년까지 2대에 걸친 이야기를 주 소재로 하고 있으며, 한 여성이 일본으로 건너가 가정을 일구며 험난한 삶의 여정을 속도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평상시 줄거리 요약은 위 한 문장으로 끝났겠지만 파친코만큼은 내가 몇 자 적는다고 그 감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조금 늘여 본다.

1910년 일제가 강제로 조선의 통치권을 빼앗고 식민지로 삼았던 '훈'이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에 이이기는 시작된다. 다리를 저는 언청이인 '훈'이는 중매쟁이 소개로 가난한 소작농의 막내인 열다섯 어린 '양진'을 신부로 맞는다. 양진은 훈과 결혼해 아이를 출산하지만 병으로 아이를 잃고 그렇게 두 아이를 더 잃게 된다. 네 번째 출산에서 얻은 여자 아이 '선자'만이 살아남게 된다.

어느덧 선자는 꽃다운 나이가 되고 선자가 어머니 양진과 하숙집을 운영하던 중 일본을 오가며 무역업을 하는 한수와 정을 통하며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선자는 한수가 유부남임을 알고 더 이상 그를 만나지 않는다. 다른 이의 아이를 임신한 걸 알면서도 목사였던 젊은 이삭은 '선자'와 결혼하고 일본으로 건너간다.

'이삭'의 형 요셉이 기계공으로 일하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도착한 이삭과 선자는 형의 집에 함께 기거 하며 앞으로 다가올 험난한 여정을 맞이하게 된다.

사채업자로 부터 큰 돈을 빌린 요셉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선자가 나선 전당포 장면은 그녀의 곧은 심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마저 선사한다.

이후 선자의 가족들에겐 큰 시련이 닥치며 생계유지를 위해 선자는 나무수레에 김치 항아리를 싣고 거리로 나온다. 헤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둠의 굴레 속에서 작은 한줄기 빛이 드리워지며 조여왔던 숨통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여기엔 생각지도 못한 숨겨진 진실이 있음이 드러난다. 깔려 있던 복선 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흐름에 빠져 있었기에 입에선 자연스러운 탄식이 흘러 나온다.

선자는 한수의 아이 '노아'와 이삭의 아이인 '모자수' 두 아이를 출산하고 어린 그들이 커갈 무렵 1권이 마무리된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저 문장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시 펼쳐 든 책의 첫 문장에 한참 동안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너무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저 한문 장안에 다 녹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권은 속도감 있는 전개 속에 출렁임 가득한 배를 탄 듯 감정의 기복 또한 출렁이게 만들며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1989년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하며 2017년 출간까지 30년이란 긴 세월의 집필기간은 단 몇 시간 만에 그 공간 안에 나를 가둬 버릴 만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절판본과 개정판의 차이가 궁금하여 여러 자료를 조사 해보았다. 개정판이 작가적 시점 (번역가)의 해석과 개정된 사투리 표현으로 인해 좀 더 쉽게 읽히고 원작자가 의도한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감정의 기복을 좀 더 끌어낼수 있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건 미묘한 차이일 뿐 시간 지나 남는 여운은 하나일 것임에는 분명하다.

내겐 한수와 같은 조력자가 없음에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그리고 바로 2권을 향해 달려 나간다.


책속의 문장

P.27

깨끗한 속옷 한 벌만 달랑 들어 있는 보자기를 움켜쥔 채 훈이네 짐 문간에 맨발로 찾아온 10대 아이가 아니었다.

양진은 선자를 돌봐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다.

P.74

"어딜 가든 사람들은 썩었어. 형편없는 사람들이지. 아주 나쁜 사람들을 보고 싶어? 평범한 사람을 상상 이상으로 성공시켜놓으면 돼. 뭐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법이거든."

P.93

진한 해초 냄새, 바위투성이 해변에 부딪치는 파도의 포말, 머리 위를 맴도는 하얀 갈매기들을 빼면 황량한 파랑과 홰색의 풍경. 오랫동안 방에만 있었던 이삭에게는 감당하 버거울 정도의 감각이었다. 아침 햇살이 아무것도 쓰지 않은 이삭의 머리를 따듯하게 비추었다.

P.100

"우리 남편은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예. 저한테 그리 말했심더. 그래도 저는 아직까지 우리 남편이 좋아했던 음식을 해서 제사를 지냅니더. 시부모님이랑 친정 부모님 제사도 지내예. 시부모님이 제사를 중히 여기셨심더. 두 분이 저한테 엄청 잘해주셨어예. 저는 시부모님이랑 죽은 제 아기들 무덤을 깔끔하게 돌봅니더. 귀신을 믿진 않지만 죽은 사람들한테 말을 걸곤해예.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예. 그게 신일지도 모르지예.

P.138

오늘 아침, 목사가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서 선자는 목사가 믿는 하나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세상에는 영혼이 존재했다. 아버지는 이런 생각을 믿지 않았지만 선자는 믿었다. 선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곁에 있는것 같았다. 어머니와 제사를 지내려 아버지 무덤에 가면 아버지의 존재가 더 잘 느껴졌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 세상에 신들과 죽은 영혼들이 존재한다면, 백이삭의 하나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백이삭의 하나님이 그토록 친절하고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이 되게 했다면 더욱 그랬다.

P.143

"신부랑 신랑 저녁밥 해줄 정도만 있으면 됩니더. 집 떠나기 전에 흰쌀밥 맛이라도 보라꼬예." 양진의 눈에 눈물이 차오르자 쌀집 주인은 눈길을 돌렸다.

P.220

선자는 책상 표면에서 소용돌이무늬 세 개를 세었다. 한수와 버섯을 따러 갔을 때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있었다. 숲속에 융단처럼 푹신하게 깔려 있던 것은 나뭇잎의 퀴퀴한 냄새, 버섯으로 가득한 바구니, 그 사람과 누웠을 때 느꼈던 날카로운 통증 이런 기억들은 떠나지 않고 계속 남아 있었다. 선자는 한수에게서 벗어나야 했다. 닞고 싶은 한 사람을 이렇게 끝없이 돌이켜 생각하는 짓을 멈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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