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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 내 안의 아침을 찾아

by jjvoka 2022.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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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쿠라 게이코


초반 '후루쿠라 게이코'의 어린 시절은 충격적이었다.

 

"무슨 일이니, 게이코? 어머나, 작은 새가·····! 어디서 날아왔을까·····. 불쌍해라. 무덤을 만들어줄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하는 어머니에게 나는 "이거 먹자" 하고 말했다.
'편의점 인간' 중에서, p.15


'자폐의 한 증상일까? 어떤 정신적 질환일까? 병명은 뭐지?' 하면서 이런 증상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본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갈수록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자각을 하고 있었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납득 못할 뿐이라는 걸 느끼며 내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관습과 통념이 그녀에게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들의 연속이었고, 자신이 남들과 어우러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며 드러내지 않고 도피할 수 있었던 곳은 매뉴얼화된 편의점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기 위해 이해 안 가는 많은 것들을 하면서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 그것이 마치 정신적 문제라기보다는 마치 다른 행성에서라도 살다 온 듯한 문화적 괴리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도 다른 나라의 이해할 수 없는 풍습이나 문화를 보며 신기함으로 스쳐 지나가지만,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앞에 펼쳐지고 있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 충동이나 욕망을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또 한 부류는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여 아무 생각 없이 되는대로  차별 용어를 연발할 뿐이다. 시라 하 씨는 후자인 것 같았다.
'편의점 인간' 중에서, p.86

 


게이코는 '시하라'라는 밑바닥 인생의 남자를 판단할 때도 정확히 판단하고 있고 싫고 좋음 마저도 명확했다.


정상의 세계


정상 세계는 대단히 강제적이라서 이물질은 조용히 삭제된다. 정통을 따르지 않은 인간은 처리된다.
그런가? 그래서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치지 않으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된다.
가족이 왜 그렇게 나를 고쳐주려고 하는지, 겨우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편의점 인간' 중에서, p.102

그녀가 느끼기 시작한 '정상 세계'에서의 삶이 실제 냉혹한 현실이고 마치 언어마저도 통하지 않는 먼 타국에서 온 이주 노동자의 느낌마저 든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이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밑바닥 인생을 걷고 있는 사라하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불평만 늘어놓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며 가족에 빌붙어 살던 사라하를 거둬들이며 그녀는 '정상 세계'와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심지어 사라하의 간계에 18년간 몸담았던 편의점마저 나오게 된다.

18년 동안 그만두는 사람을 몇 명이나 보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빈틈은 메워져버린다. 내가 없어진 자리도 눈 깜짝할 사이에 충원되고, 편의점은 내일부터 전과 똑같이 굴러갈 것이다.
'편의점 인간' 중에서, p172

이 시점 나는 새로운 삶으로의 적응하는 게이코를 그려도 보았지만 그녀의 삶에는 이미 '편의점'이란 곳이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토록 오래도록 몸담던 곳에서 나오며 느꼈을 허무함, 아마 내가 곳 느껴야 할 씁쓸함 아닐까 하는 생각도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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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아침


게이고는 18년이란 긴 시간 편의점에서 근무하며 책임감이란 걸 스스로 몸에 체득하고 있었다. 자신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위한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짜임새 있는 삶에 찬사를 보낸다. (극 중의 게이코이던 작가이던...)

​편의점에서의 게이코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인재였고, 가끔씩 나태해지고 게으름을 피우던 내 모습을 떠올리면 정상인 사람들에게 삭제 당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 할 것만 같았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이 순간이 아주 좋다. 나 자신 속에 '아침'이라는 시간이 운반되어 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편의점 인간' 중에서, p.45



내 꿈과 목표가 없다면 누군가의 삶과 목표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난 게이코의 삶을 보며 느낀 점은 '지금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침'이란 시간이 운반되어 오는 느낌을 맛본 지가 언제였지?


무라타 사야카, 나의 생각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놓은 것만 같다.

​18년간 편의점에 일하며, 틈틈이 써왔다는 '편의점 인간'은 사라하라는 최악의 인간상과의 비교를 통해 허영심과 욕심의 헛된 망상을 되새기게 하며, 마침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 준 작품임이 느껴진다.

책은 하드커버 구성과 미색 모조지 재질로 203페이지의 부담 가지 않은 분량 덕에 빠르게 완독 할 수 있었다.

​감동이나 재미를 떠나 난 처음부터 진지하게 책을 접하기 시작했고, 23년 차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나로선 게이코와 같은 편의점 삶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느끼지만 최소한 내가 그곳을 떠날 때 허무함과 씁쓸함이 아닌 환한 웃음으로 나오길 간절히 희망하며, 진정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내 몸 안에서 꿈틀 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나 또한 수십 년 단 하루도 흐트러 트리지 않았던 지난 삶을 잠시 되새겨본다.

내 삶이 초라하다고 느낀 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나는 문득, 아까 나온 편의점의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 손과 발도 편의점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유리창 속의 내가 비로소 의미 있는 생물로 여겨졌다.
"어서 오세요!"
'편의점 인간' 중에서,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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