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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책과 우연들 - 김초엽 | 김초엽 에세이

by jjvoka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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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에세이

책과 우연들 - 김초엽

#책과우연들 #김초엽 #김초엽에세이

#탐험의기록 #책과쓰기 #열림원


 김초엽 작가의 에세이 출간 예정 소식을 출판사 인스타를 통해 보게 된다.

마침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고 무슨 사명감에선지 한 번도 신청해보지 않았던 서평단 신청을 해본다.

열림원 인스타그램

 

역시 탈락!

​개인적으로 에세이를 상당히 좋아하고 일상을 남기는 일을 나 또한 즐기고 있다.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책의 목차를 살펴보며 작가의 글쓰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기에 출간일 바로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마음 같아선 '내 돈 내산'이라 한참 뒤에 리뷰 남기려 했지만 SF 장르를 김초엽 작가의 작품으로 접했고 벌써 5권이라는 책을 접하며 포스텍이라는 백그라운드를 뒤로한 채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나의 읽기 여정을 되짚어가며 그 안에 '쓰고 싶은' 나를 발견하는 탐험의 기록이다. 여기서 나는 읽기가 어떻게 쓰기로 어이 지는지, 내가 만난 책들이 쓰는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관해 말할 것이다.

 

솔직히 에세이를 읽으며 플래그 잔뜩 붙이고 형광펜 밑 줄 그어가며 읽어 보긴 처음이다.

책에서의 작가는 한껏 자신을 낮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운 좋게 공모전에 당선되고 자기 밑천이 바닥나 괴로워하는 작가의 이야기, 작가가 된 이후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방면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사연 등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SF 장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 작가의 필력을 볼 때 SF 장르 외의 소설은 아직 작가의 분야가 아닌 것처럼 말은 하고 있지만 이미 여러 권의 책을 접한 나로선 SF적 요소만 걷어내면 순수 문학과 별반 차이 없어 보인다.

책에는 다양한 책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이 살짝 지루한 면도 있지만 그녀가 데뷔 전 큰 영향을 끼친 네 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그중 눈에 들어는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나도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완벽한 작업실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과 후담을 써놓았는데 웃프면서도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완벽한 작업실을 꾸려놓고 밖에 나가서 글을 쓰고 있는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에게는 떠날 곳과 돌아올 곳이 둘 다 필요하는 것을.

 

작가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작법서라고 서슴없이 말해왔다고 이야기하고 아직도 작법서들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이에 구체적인 책들도 거론되고 나도 몇몇 책들은 가끔 들춰보는 책들이 있었다.

그간 나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작법서라고 서슴없이 말해왔고 글쓰기 조언을 구하는 분들에게도 작법서를 추구해왔다. (중략).. 곰곰히 살펴보니 나는 딱히 작법서대로 소설을 쓰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작법서에 대해 창작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제공하는 주술적 효과로도 말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작법서들이 지난 글쓰기의 과정에서 소망이 깃든 토템처럼 작동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내가 소설을 쓴다는 것을, 언젠가 소설가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나는 물론이고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하던 시절에도, 책상 위에 올려진 작법서는 내가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고는 했다.

 

상당히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요 근래 회사에 놓아둔 책들을 정리하며 꽤 많은 책들 중 은근히 쓰기 관련 책들을 보노라면 나 또한 그 책들이 제시하는 대로 하지 않고 있음을 알지만 책장에 꽂혀 힘이 되어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오래도록 내 곁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그 유명한 백그라운드를 저버리고 작가가 되었는지 궁금증이 풀렸다. 이건 책을 통해 접해보길 바란다.

작가는 한껏 낮추어 자신을 표현했지만 이미 작가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에 관심과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그에 따른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운 좋게라고 표현 하지만 절대 운이 아닌 실력으로 당선되었고 이후 그녀가 부족함을 채워갔을 과정들이 지루함으로 묻어 나오는 수많은 책 소개를 보노라면 인정한다!

그리고, 그동안 써온 작품들을 도중 도중 하나씩 소개하며 어떤 의도로 썼는지 등 알려줄 때 일부는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방금 떠나온 세계'를 얼마 전 완독 하며 이를 수도 없이 읽고 듣길 반복하며 이를 요약하고 리뷰를 남겼는데 그럼에도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니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솔직히 김초엽 작가의 광팬은 아니다. 그리고, SF 장르의 매니아 또한 아니다.

개인적으론 천선란 작가의 스토리를 좀 더 좋아하고, 남유하 작가의 '다이 웰 주식회사'에 소개된 단편들과 같은 스토리를 상당히 좋아한다. 다만, 김 초엽 작가의 작품들은 곱씹을수록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전달력이 내 책머리를 상당히 자극하게 만들어 다시금 책을 들게 만드는 것 같다. (내게 그만큼 어렵다는 건가?..)

모처럼 긴 연휴 마음을 비우고자 산행을 하며 깊은 산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그것도 관심작가 에세이를 읽게 되어 요 근래 잔뜩 쌓인 근심 걱정을 한껏 떨쳐 낼 수 있었다. 솔직히 심란한 마음 가득 안은 채 근래 읽고 있던 '하얼빈'을 들고 산에 오르긴 좀 그랬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 생각만 하고 싶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누워서 책을 읽어보는 원을 풀었다.

꼭 SF 장르가 아니더라도 작가로서의 고민과 생활을 엿볼 수 있고 개인적으론 글쓰기에 대해 작가가 말한 토템과도 같은 역할이 되었다고 생각하기에 난 이 에세이를 추천한다.

 

 

 


 

책 속의 문장들

P.9

야이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근원에 있는 마음을 묻게 될 때 나는 가로등 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 돌아오던 열여덟 살의 밤을 생각한다. 눈은 잔뜩 부었고 내일의 피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행보감으로 차 있었다. 사실 나는 그 영화의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다. 정확히 어떤 장면과 어떤 장면과 대사에 울고 웃었는지 세부 사항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만큼은 기억한다. 무언가가 너무 좋아서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뭉게뭉게 생겨나던 순간을. 어떤 이야기와 사랑에 빠질 때의 그 기분, 그것을 재현하고 싶닥는 바람이 나의 '쓰고 싶다'는 마음 중심에 있다.

P.42

지금도 나는 내가 밑천 없는 작가라고 느끼지만 예전만큼 그것이 두렵지는 않다. 이제는 글쓰기가 작가 안에 있는 것을 소진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바깥의 재료를 가져와 배합하고 쌓아 올리 요리나 건축에 가깝게 느껴진다. 배우고 탐험하는 일, 무언가를 넓게 또 깊이 알아가는 일, 세계를 확장하는 일,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쓰기의 여정에 포함된다.

P.189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었더라. 소설을 쓰고 싶은 이유가 뭐였지.'

이제는 해결책을 안다. 소설을 쓰고 싶은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불쑥 치솟을 때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야기의 세계로 다시 향한다. 어린 시절 사랑했던 이야기, 그리고 지난 수년간 많은 책을 읽으며 찾아낸 또 다른 이야기로.

나를 울게 하고, 웃게 하고, 가슴 벅차게 하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이야기들 사이에서 '쓰고 싶은 나'를 새롭게 발견한다.

P.282

이제 나는 과학이 우리가 가진 최선의 도구라고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의 알고자 하는 마음이 누군가를 죽이고 파괴하는 일보다 이 우주에서 탄생해 어디로 흘러가 소멸하는지를 말해주는 데에 쓰이기를 바랄 뿐이다.

근데 김초엽 작가도 한때 와우 (World of Warcraft) 좀 했었나 보다..

 

책과 우연들 - 쿠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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