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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어느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by jjvoka 2023.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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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에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심장병으로 죽음을 앞둔 은제이는 죽기 전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구인 광고를 낸다. 

​호텔 상속녀인 그녀는 면접을 보러 온 '전세계'와 계약을 하게 된다. 계약금 삼억과 열흘에 삼백만 원이라는 보수 그리고 백일 간의 계약은 이렇다 할 직업이 없던 전세계로선 거절할 수 없는 계약이었다. 

그렇게 전세계와 은제이의 버킷리스트 여정이 그려진다. 

함께 할수록 그녀에게 빠져들게 되는 전세계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며 심정지라는 위기의 순간도 닥쳐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쇠약해지는 그녀에게 죽음의 그늘이 다가온다.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스토리텔링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의 스토리텔링은 상당히 잘 짜여 있다. 이로 인해 사백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과 제한적 인물 등장에도 지루함 없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에 한몫을 하는 건 역시 캐릭터의 부각인 것 같다. 

 

18,000원짜리 커피라면 해장국처럼 뚝배기에 한 그릇 나와야 하는 거 아닌가?

양도 더럽게 적은데 설마 맛까지 없는 건 아니겠지.

 

특히, 전세계의 캐릭터의 유머 가득한 말투와 독백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리고, 은제이 캐릭터는 마치 영화 '엽기적이 그녀'의 전지현과도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었고, 두 캐릭터의 캐미가 전체 이야기를 조화롭게 이끌어 가고 있다. 

책을 덮은 후 느낀 점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어도 적합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했던 '재벌 집 막내아들' 또한 웹 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에 이 책도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았다. 크리에이터 참여 기사가 2022년 6월에 올라와 있었고 이 작품도 드라마화되지 않을까 생각해된다.

개인적으로는 도련님(나쓰메 소세키)과 아버지의 해방일지(정지아) 작품이 멘토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묘한 장벽이 있기에 마음에만 담아 두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좀 더 그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캐릭터 분석이나 장면별 스케치는 별도로 해야겠지만.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처음 제목을 보고 일본 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작가 이름마저 얼핏 보았기에 더욱 일본 소설로 오인했다.  근래 이와 비슷한 제목의 일본 소설을 보아서 더욱 오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각 장 머리말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책이나 영화의 인용구로 시작하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인용구가 나오게 되어 책 정보를 살펴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소설이었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 2까지 총 38개의 챕터 도입 부에 나오는 책이나 영화의 인용구는 본문과 잘 어우러지고 있어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책의 재미 요소는 역시 '전세계'와 '은제이'의 버킷리스트 여정이다. 항상 티격태격하며 하나씩 임무를 완수해가는 둘의 모습은 재미도 있지만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도 만든다. 그리고, 곳곳에 복선이 깔리며 '이렇게 결말이 날까?'라는 궁금증마저도 품게 만들어준다. 

​계약금마저 포기하고 사랑을 선택하려는 '전세계'의 행동에서 가슴 아픈 사랑이 느껴졌고, 그녀가 잘 키워 달라고 남기고 간 화분은 마음마저 저미게 만든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은 이 소설에 흠뻑 빠지게 만들었다.

밀리의 서재를 이용한다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둘 다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오디오북을 먼저 듣고 전자책을 보는 걸 추천한다. 성우분들의 연기력 특히 '전세계' 역할을 맡은 성우분의 연기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한순간 책을 읽어 내리게 만드는 묘한 마법이 숨겨진 것 같다.

 

 

책 속의 인상 깊은 문장

나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꽃병에 꽂힌 꽃인지 무엇인지 모를 그림을 본 순간부터. 아니면 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꽃봉오리가 터지는 순간,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나뭇잎이 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살갗에 닿은 눈이 녹는 순간보다 더 예측이 불가능하고 잴 수 없는 찰나에 일어난다는 걸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되었다.
P. 235,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중에서
“성숙한 인간이라면… 자신이 뛰어드는 물이… 얼마나 깊은지 정도는… 알고 나서 뛰어드는 법이야. 구명조끼도 없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른 채… 무작정 뛰어드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P. 379,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중에서
그가 나에게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목이 마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의 손에 물컵이 들려 있었고 눈이 부시다 싶으면 그는 얇은 커튼으로 빛을 가렸다. 볼이 간지러울 것 같으면 내 볼에 붙어 있던 먼지를 떼었고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조명을 어둡게 낮추고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었다.
P. 491,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중에서
사랑할 때 지표가 되는 건 사랑한 기간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생에 얼마나 강렬한 획을 그었는가’일 것이다.
P. 507,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중에서
내일 죽을 사람이 꽃씨를 심는다는 건 본인이 꽃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남겨주기 위한 것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꽃 피는 걸 볼 생각이 없었다. 꽃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P. 507, '어느 날, 너의 심장이 멈출 거라 말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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