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커버가 '불편한 편의점' 이후로 대동 단결되는 듯한 모습에 상점 커버의 책은 기피하고 있었다.
일부 책들은 내용마저 아쉬움도 있었기에 더욱 모양만 따라가려는 듯한 상술이 느껴지며 상점류의 책은 기피 대상 1호였다.
그럼에도 , '책들의 부엌'이 눈에 들어오며 책을 읽게 되었다.
마음이 쉬어 가는 곳
이야기는 소양리라는 시골 마을에 서른두 살의 유진이 북 카페와 북 스테이를 함께 할 수 있는 '북스 키친'을 오픈하게 된다.
이곳에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오며 북스 키친에서 삶을 돌아보며 위로와 새 희망을 꿈꾸게 된다.
유명 가수인 다인, 변호사 소희, 마리와 지훈, 아버지 회사를 다니며 무의미한 생활을 하던 수혁, 유진의 학교 선배이자 회사 선배, 그리고 유진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저마다 각기 다른 고민과 상처를 북스키친과 함께 풀어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잔잔한 감동 주고 있고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책의 독특한 점은 '북스키친'이란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기에 일부 책 속에 등장하는 오즈의 마법사, 가재가 노래하는 곳, 츠바키 문구점과 같은 이야기 소개는 재미와 몰입감을 선사해 준다.
2020년 여름 작가는 회사에서 퇴사하고 번역일을 시작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른 살의 자신의 이 이야기를 읽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을 읽는 오래된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작가의 말에 소개되고 있다.
저자의 오래된 습관 덕인지 책에 상황이나 사물에 대한 표현이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곳곳에 표현되고 있다. 그냥 밋밋하게 지나칠 상황을 작가만의 개성을 살린 표현은 상당히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3월 중순이지만 산꼭대기는 여전히 새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고, 산등성이 아래로는 연한 연둣빛 잎사귀가 희미한 기억처럼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 산자락에 소양리 북스 키친이 보였다. 삶에서 잠깐씩 휘청일 때마다 마음이 쉬어가는 곳,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아지트 공간이길 바랐다.
'책들의 부엌' 중에서
유진의 마음처럼 '삶에서 잠깐씩 휘청일 때마다 마음이 쉬어가는 곳', 그런 마음이 책에 잘 녹여져 있다.
작가의 첫 작품이라지만 북스키친을 꿈꾸었기에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 입니다'와 비교를 하려 했으나 전혀 다른 내용과 전개, 그리고 작가만의 표현은 비교 대상은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작가의 필력이라면 충분히 울컥하게 만드는 감동 장면은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잔잔한 마무리가 조금은 아쉽긴 하다.
책에도 나오지만 나 또한 '키친'과 '치킨'이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북스치킨....
포근한 느낌이 드는 잘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좋기에 난 '책들의 부엌'을 권해본다.
50쇄 인쇄 기념으로 출간된 '인사이드 에디션'은 북커버 디자인이 싹 달라졌다.
#책들의부엌 #위로소설 #북스키친 #소양리북스키친 #북스테이 #북카페
#책추천 #책리뷰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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